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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여담> 삼성반도체의 앞날

privatelab 2021. 2. 18. 13:46

기사입력 2021.02.16. 오전 11:40




이신우 논설고문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역량이다. 누가 이를 장악하느냐에 따라 21세기 국가경쟁력의 패권이 갈릴 수밖에 없다. 최근의 미·중 무역전쟁도 사실상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눈길을 끄는 것이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움직임이다. 미국 내 생산 시설 확대와 더불어, 일본과의 산업 제휴를 통해 경쟁자인 한국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완전히 따돌리기 위한 포석이 노골화하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54%를 장악한 TSMC는 올해에만 최대 280억 달러를 설비투자에 쏟겠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무려 62% 늘어난 수치다. 미국 애리조나에 짓는 5나노 신공장에만 120억 달러가 들어간다. 삼성 역시 미국 오스틴 제2공장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지만 삼성이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공장 신설 정도가 아니다. 바로 대만과 일본의 연합전선 구축이다.

이 둘이 합칠 경우 글로벌 반도체 밸류 체인 면에서 TSMC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한국은 글로벌 반도체칩 생산의 18%를 자랑할 뿐 나머지는 별로 내세울 것이 없다. 반면 대만과 일본이 연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웨이퍼는 연합 세력이 74%를, 한국은 9% 정도를 차지한다. 반도체 제조장비 분야에서도 연합군은 세계 시장의 31%를 차지하지만, 한국은 황무지나 다름없다. 심지어 패키징과 테스트 분야에서조차 연합세력은 압도적이다.

대만은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 때문에 제3의 길로 일본을 택하려는 분위기다. 일본도 이를 환영하고 있다. 대만이 일본과의 제휴를 강화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전망할 때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기초과학이다. 소재·물리·화학·계측 등에서 일본은 글로벌 강국이다. TSMC가 도쿄(東京)대학과 일본 내 첫 연구소를 세울 것이라는 뉴스는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하다. 단순한 위탁 생산자로서가 아니라 10년 후의 연구거점으로 일본을 의식하고 있다는 명백한 징표 아닌가. 일본도 최근 소재나 제조장비 기업들이 대만 현지 투자를 늘려가는 중이다. 대만과 일본이 손을 맞잡겠다면 삼성은 어떤 무기로 이에 대항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의 높은 분이 추천하는 ‘죽창’ 외에 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