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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보다 충전시간·출력 탁월… ‘미래 몸값’ 불리는 수소차

privatelab 2021. 3. 3. 10:20

기사입력 2021.03.03. 오전 4:05


[수소경제, 미래를 묻다] (상) 세계는 수소경제 전쟁 중

 


바야흐로 친환경차 시대다. 내수와 수출 모두 각각 연간 20만대 이상의 친환경차가 팔려나간다. 휘발유·경유차보다 연료비가 저렴하고 환경까지 지킬 수 있다는 인식이 불러온 현상이다. 다만 다양성은 떨어진다. 친환경차 경쟁을 전기차와 수소차 구도로 봤을 때 전기차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시장은 아직까지 수소차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수소경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수소차 진흥에 속도를 내는 정부와 시장이 괴리를 보이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높은 출력이나 짧은 충전 시간과 같은 수소차 기술의 미래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평가한다. 전기차와 함께 차세대 먹거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량은 내수와 수출을 합해 503107대를 기록했다. 내수(226668대)와 수출(276439대)이 골고루 영향을 미쳤다. 전체 판매량이 50만대를 넘어선 것도, 내수에서 20만대를 넘어선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전기차 영향이 크다.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반면 전기차의 대항마라 할 수 있는 수소차 실적은 저조하다. 내수(5786대)와 수출(995대)을 합해도 7000대에 못 미친다.

당분간 이 성적표가 뒤바뀔 가능성은 적다. 테슬라나 현대차 아이오닉5 등 1회 충전으로 400㎞ 이상 달리는 모델이 날개돋힌 듯 팔린다. 지난달 발표한 ‘4차 친환경차 기본계획’은 전기차 주행거리를 600㎞까지 늘린다는 목표치도 제시했다. 한 번 충전하면 600~700㎞ 정도 달리는 수소차를 따라잡을 날이 머지않았다. 충전소 문제도 수소차보다 전기차를 선호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정부의 친환경차 지원책은 수소차에 무게가 실려 있다. 2019년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2040년까지 누적 620만대의 수소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수소택시(8만대)나 수소버스(4만대) 공급과 함께 수소충전소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기업도 나섰다. 2일 정세균 총리 주재로 열린 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SK·현대차·한화 등 기업들은 2030년까지 모두 43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수소차 및 수소 인프라 구축 등이 포함됐다. 김진우 연세대 특임교수는 “수소차의 경우 선도적으로 투자한 부분이 있어 기술력·생산단가 측면에서 (한국이)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이 굳이 수소차에 투자하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미래 시장’에서 찾는다. 전기차는 충전 시간이 난제로 꼽힌다. 아이오닉5의 경우 80% 충전에 18분이 걸린다. 향후 충전 속도를 더 단축할 가능성은 있지만 고속 충전으로 배터리 수명까지 함께 단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수소차는 액화석유가스(LPG)처럼 3분이면 충전하고 배터리 수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기차보다 출력이 월등한 점도 강점이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는 “대형 트럭의 경우 출력 면에서 전기차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친환경 수소 생산량을 확대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수소차 개발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향후 시장 확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은 “휘발유차가 있어도 경유차를 구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