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채 2배 늘린 KB금융 출자난 해소
기사입력 2021.02.21. 오후 2:18 최종수정 2021.02.22. 오후 4:08
KB금융지주가 6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하면서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120%대 초반까지 낮출 수 있게 됐다. 추가 출자 여력 확보와 동시에 하반기 예고된 별도 주주배당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최근 6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발행했다. KB금융은 애초 3500억원 모집을 목표로 잡았다. 그러다 1조1040억원대 기관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액을 크게 늘렸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부채를 뺀 순수 자기자본에서 자회사들에 대한 출자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이 비율이 높을 수록 무리하게 빚을 져가며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합병(M&A)에 나섰다는 말이 된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들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130%까지 제한한다. 출자총액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을 30% 아래로 해야 하는데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KB금융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9.04%에 이른다. 지난해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출자 여력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었다.
영구채는 자본·이익잉여금처럼 자기자본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이중레버리지 비율 개선에 도움을 준다. KB금융이 잇달아 영구채 발행에 나선 이유다. KB금융은 지난해 10월 5000억원 영구채 발행에 이어 이번까지 4개월 사이 발행액 규모를 1조1000억원으로 늘렸다. 그 결과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2.49%로, 6.55%p 개선된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마련한 자금이 KB금융이 주주들에게 약속한 하반기 자사주 매입과 주주배당 재원으로 활용될 여지가 높다고 본다. 현금배당은 이익잉여금에서 차감된다. KB금융이 지난해 배당성향(26.0%)을 토대로 이번에 다 하지 못한 추가 주주배당에 나선다고 하면 2000억원 이상 자기자본이 추가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을 병행할 경우 감액되는 자기자본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의 회계 상태에서만 보면 부채로 해결 가능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중레버리지 비율 문제 때문에 주주보상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었을 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KB금융 관계자는 "선제적 자본확충을 위해 영구채를 발행한 것"이라며 "다양한 규제 준수와 함께 주주 보상 등을 두루 살펴본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산 기자 s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