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른다고 무작정 가치주 사지마라…이익·밸류에이션이 중요"
기사입력 2021.03.04. 오전 8:26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성장주에서 멀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금리가 오른다고 무작정 가치주에 베팅할 것이 아니라 당장의 이익 가시성을 감안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을 전통적인 가치 섹터로 대응하는 건 여러 단계를 건너뛰는 오류를 범할 위험이 있다”며 “판단의 최우선에 둬야 하는 건 이익의 안정성과 밸류에이션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은 미국 국채 금리에 예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무위험 국채를 사도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엔 악재라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풀린 ‘돈’의 힘으로 가파르게 오른 성장주에겐 더 골칫거리다.
박 연구원은 특히 골드만삭스 적자 테크기업 지수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이 지수는 올해엔 적자 또는 미미한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나 향후 높은 이익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우버, 동남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SEA, 중국의 플랫폼 기업 Pinduoduo, 중국의 전기차 기업 NIO 등이 포함돼 있다. 창업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이미 성공한 사업모델이나 기술을 신흥시장에 적용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 지수는 작년 펜데믹 발생 이전까지 별 움직임이 없었으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된 202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242% 올랐다. 이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비자 등 글로벌 대형 테크 기업들로 구성된 글로벌 테크지수가 같은 기간 46% 오른 것과 대비된다. 그런데 이 지수는 올해 2월 중순, 미국 국채금리 상승속도가 빨라지면서 조정을 받기 시작했다. 2월 16일 이후 현재까지 13.9% 내린 상태다. 고점대비 하락률은 펜데믹 기간인 작년 2월 17일부터 3월 17일까지의 -37.2% 이후 최대폭이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주식시장의 관심이 성장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높아진 금리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선진/신흥의 시장구분이나 섹터, 서플라이체인상의 위치가 아니라 기업들의 성장단계라는 점 역시 시사한다”고 짚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란 분석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글로벌 주식시장보다 한 달 먼저 고점을 찍고 횡보 중인데, 내부의 변화는 비슷하다는 게 박 연구원의 판단이다.
박 연구원은 “지난 두 달여 동안 수익률이 가장 양호한 업종은 인터넷이었는데 안정적이면서 높은 마진율이 부각됐을 것”이라며 “가장 부진한 업종은 헬스케어로, 코로나19가 끝나가고 있고 밸류에이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따라서 무작정 가치주가 아닌 이익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종목에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펜데믹이 끝나가면서 글로벌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성장의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판단의 최우선에 둬야 하는 건 이익의 안정성과 밸류에이션”이라고 강조했다.
이슬기 (surugi@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