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정책, 인플레이션보다 고용해결에 무게두나
기사입력 2021.03.09. 오후 4:44
[경향신문]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미 재정당국은 고용안정 쪽에 더 정책 무게를 싣고 있다. 실업률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을 섣불리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MSNBC와의 인터뷰에서 “팬데믹 이전 실업률은 3.5%였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할 조짐은 없다”며 이같은 방향을 시사했다. 올해 1월 기준 미국의 공식 실업률은 6.3%이다. 자산 시장 과열을 우려하기 보다는 취약계층의 고용 회복 여부를 가장 고려해야 할 대상으로 본 것이다.
미 경제 수장이 경기회복의 척도로 고용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사람들을 일터로 복귀시키는 것이 목표다. 우리는 이것이 완료될 때가지 목표를 고수하겠다”며 대규모 실업사태 회복을 위한 의지를 보였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10일 뉴욕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도 “지난해 2월 이후 노동시장을 떠난 사람들까지 포함한다면 1월 실업률은 10% 가깝다”며 현재 고용지표가 노동시장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최근 막대한 규모의 재정 투입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주장과 대비된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공급능력이 훼손된 상태에서 대규모 재정부양으로 수요를 자극하면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도 재정정책을 과감하게 쓰는 방향성에는 강하게 공감하면서도 그 쓰임새가 소득보전에 지나치게 집중됐다고 경고하고 있다. 자칫 경기과열을 유도해 추가 부양책을 쓰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오면 인프라 투자 등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고용이 회복되면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지는데 미 정책 당국은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최근 경기 부양 규모가 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 차이를 메꾸고도 남을 만큼이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 교수는 “국내의 경우 임금 상승 압력이 높지 않은데다 재정지출 규모도 크지 않은 만큼 인플레이션은 기우”라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