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인플레이션은 명목금리 상승을 동반하는가
기사입력 2021.04.01. 오전 11:38
작년 8월 연 0.5%로 최저점을 찍은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최근 연 1.7%를 넘어서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연초 시장에서는 기대대로 경기와 물가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장기 채권을 팔고 주식을 매수하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전략이 우세했다. 그런데 최근 미 국채 금리의 상승 여파로 2013년 ‘긴축발작(Taper Tantrum)’ 때와 비슷하게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전략도 끝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
어빙 피셔의 통화방적식에 따르면 ‘명목금리=실질금리+(기대)인플레이션율’이다. 채권투자자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예상할 때, 그들이 가진 자산의 향후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 예상하고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물가 상승률만큼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정식의 또 중요한 교훈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올라간다고 반드시 명목금리가 상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실질금리는 구조적으로 빈부의 격차 증가, 높은 저축률로 인한 자본의 잉여, 생산성 감소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등 경제의 구조적 요인으로 하락할 수 있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최근 반년 조금 넘는 기간에 연 0.5%에서 연 1.65%로 상승하는 동안 기대물가는 1.57%에서 2.35%로 올랐다. 명목금리를 통제해주리라 믿었던 금융시장은 연준에 실망한 듯하다. 2013년 긴축발작 때와 비슷하게 채권시장이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서다.
돈을 더 찍어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명목금리를 낮추지만 중기적으로는 시장에 풀린 돈의 가격이 하락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명목금리를 오히려 높인다. 아무리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이라도 돈을 계속해서 찍을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연준은 당장은 유동성 공급 수준을 더 높일 필요가 없다고 보는 듯하다.
금리 상승에도 기업의 투자가 증가하면 시중은행으로부터의 대출이 증가하면서 유동성이 풍부하게 유지될 수 있다. 연준도 올해 미국 경제가 재정정책 효과로 6.5%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 얘기하고 있지만 물가상승 가능성에 대해 일부 우려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연준은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한 탓에 고용개선 상황에도 선제적인 인플레이션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적이 있고, 그 결과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연준이 선제 대응하지 않을 경우 일시적일 것이라 생각한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만약 유동성 부족으로 경제성장과 고용에 부하가 걸린다면 연준은 양적 완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일드 커브 컨트롤 등의 통화정책 수단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 본다. 지난주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의회 청문회에서 이런 입장을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올해는 금리 상승과 경기 개선이 서서히 진행되면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의 해가 되리라는 믿음이 우세했다. 그 믿음이 아직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선은 미국 금리의 안정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믿음이 현실화되는 시기가 좀 늦추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