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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주장'에 피해보는 미얀마 진출 한국 기업

privatelab 2021. 4. 7. 16:32

기사입력 2021.03.23. 오후 6:26 최종수정 2021.03.24. 오전 12:19


군부 쿠데타로 사회적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미얀마에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미얀마 현지에 진출한 기업은 약 200여곳으로 CJ그룹과 포스코그룹, 롯데그룹의 계열회사도 진출해 있어 대비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유형의 피해 가능성에 이어 일부 시민단체의 왜곡된 주장으로 기업 이미지까지 타격을 입는 피해가 생기고 있다. 계열사가 현지서 벌이고 있는 사업이 군부를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자료를 바탕으로 가공한 국내 기업 미얀마 진출 현황.(자료=블로터)

23일 <블로터>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 공개한 '미얀마 투자 한국기업 목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현지에는 191곳의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는 CJ그룹과 포스코그룹, 롯데그룹 등 대그룹의 계열회사들도 진출해 있다. 이들 기업은 각자 경쟁력 있는 유통업과 철강업, 에너지업 등을 바탕으로 현지에 진출했다.

이번 미얀마 쿠데타 사태로 가장 피해를 입은 곳은 포스코그룹이다. 포스코그룹은 현지에서 철강재 가공(포스코강판) 사업과 호텔 사업(포스코인터내셔널), 가스전 개발(포스코인터내셔널) 사업 등을 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미얀마에 민주화 바람이 불었던 2015년보다 두 해 앞서 현지에서 사업을 확대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3년 미얀마 가스전의 중국향 가스를 최초로 판매하면서 현지 사업을 확대하고 나섰다. 현지에 법인(POSCO INTERNATIONAL MYANMAR)이 설립된 해도 2013년이었고, 광구개발과 가스운송 사업이 본격화된 것도 2013년이었다. 호텔 사업(Posco International Amara)도 같은 해 시작됐다.

포스코는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을 인수하기 전에는 미얀마 현지에서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았다. 포스코의 아연도금 강판사업(Myanmar POSCO Steel)이 전부였다.

대우인터내셔널은 1999년 ㈜대우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무역 부문만 떼 설립된 회사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0년 미얀마의 A-1 A-3 광권을 따냈고, 2004년부터 '쉐(Shwe)' 등 3개의 가스전을 발견했다.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포스코의 의지로 시작된 게 아니었다. 포스코그룹은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가스전 사업까지 떠안았다. 당시 가스전 사업은 10여년 째 이어지고 있었지만, 사업화 여부가 불확실했다. 당시 대우는 2000년 인도와 미얀마의 공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가스전 개발에 나섰다. 이후 10여년 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고, 포스코그룹에 편입된 이후 처음으로 판매가 이뤄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자료=포스코인터내셔널 IR북)


포스코인터내셔널이 A1 A3 광구에 대해 확보한 지분은 51%다. 나머지는 인도국영석유회사(ONGC)와 미얀마국영석유사(MOGE)가 각각 17%, 15%의 지분을, 인도국영가스회사(GAIL)와 한국가스공사(KOGAS)가 각각 8.5%씩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시민단체는 MOGE 1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가스전에서 발생한 수익이 군부로 흘러갔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MOGE는 미얀마의 공기업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 사업을 하고 있다. 미얀마의 자원을 개발하려면 필연적으로 MOGE와 합작할 수밖에 없다. 미얀마는 군부의 장기집권으로 사실상 이들과 관계를 맺지 않는 이상 사업 자체가 불가능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가스전 사업은 지난해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중 영업외손익을 제외하면 비지배기업순이익 중 MOGE의 몫은 연간 3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미얀마의 에너지 관련 기구인 MEITI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8년 가스전 관련 대금으로 미얀마 당국에 1억9400만 달러(한화 2190억원)을 납부했다. MOGE로 직접 배당이 이뤄지는 대신 당국으로 가스전 수익이 지급됐다는 설명이다.

포스코는 미얀마 가스전 사업으로 정부 여당과 시민단체의 포화를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가스전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장기간 투자를 지속한 끝에 수익이 나고 있는데, 시민단체의 압력으로 사업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산업계는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은 미얀마에서 영업활동을 위해 현지의 공기업들과 오랜 기간 비즈니스 관계를 맺었는데, 현지의 정치적 상황이 변했다는 이유로 현지 사업을 철수해야 한다는 건 시민단체의 과도한 주장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국내 기업과 현지 기업 간 합작사는 미얀마가 인프라를 건설하는데 기여한 점도 상당하다는 입장이다.

미얀마의 쿠데타 사태로 국내 기업들의 영업에 막대한 피해도 예상된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8일 양곤 등 7개 도시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양곤은 미얀마의 대도시이자 경제적 요충지로 국내 기업들의 생산공장이 밀집해 있다.

CJ그룹이 운영하는 미얀마 현지 법인은 모두 양곤에 위치해 있다. CJ제일제당은 현지에서 사료 사업(CJ FEED MYANMAR)과 식품 사업(CJ FOODS MYANMAR)을 운영하고 있다. CJ CGV는 미얀마 9곳에서 28개의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고, CJ대한통운은 물류 사업(CJ Logistics RT Myanmar)을 하고 있다. 계엄령이 선포되면서 생산 활동은 물론 영업까지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칠성음료도 양곤에서 음료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법인(Lotte MGS Beverage)은 2014년부터 양곤에서 식음료 생산과 판매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랜드와 선진은 현지에서 의류 및 축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2019년과 2020년 현지에 생산 공장을 설립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됐다.

태광실업은 현지에서 부동산 사업과 신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신성통상과 자일상용차, 농우바이오 등도 현지에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미얀마를 제 2의 베트남으로 낙점하고 진출했다. 미얀마는 1962년부터 50년 동안 군사정권이 지속됐고, 2012년 과도기적 문민정부가 출범했다. 인프라가 낙후된 반면 개혁 개방이 지속될 경우 인프라 개발 등 사업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낮은 인건비도 메리트였다.

국내 기업은 합작사 또는 독립법인 형태로 현지에서 사업을 모색했다. 그런데 올해 초 쿠데타 사태가 발생하면서 현지에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불안정해졌다. 게다가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현지에 진출한 기업이 쿠데타를 지원하고 있다는 오명까지 쓰게 되면서 현지 사업은 더욱 위태로워졌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미얀마의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다양한 기회를 엿보고 현지에 진출했다"며 "수 년 동안 미얀마의 인프라 개발을 위해 노력했는데, 쿠데타를 지원하고 있다는 왜곡된 이미지를 씌워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기업의 신흥시장 진출을 비즈니스 차원에서 봐야 하는데, 일부 시민단체는 유착 관계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태우 기자(teoku@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