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만 문제가 아니다…무섭게 韓 추격하는 '유럽' 배터리
기사입력 2021.04.08. 오전 6:15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유럽이 배터리까지 사업을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주요 시장이 유럽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선 적극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격차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8일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20년 563기가와트(GWh)에서 2030년 2262GWh로 약 4배 확대될 전망이다.
이 중 유럽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배터리 중 유럽 지역의 생산 비중은 2020년 7%에서 2030년 31%까지 확대돼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할 전망이다. 반면 중국은 2030년(59%)에도 1위를 유지하겠지만 2020년(82%)과 비교하면 비중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2030년 한국의 비중은 1%에 그칠 전망이다.
현재 유럽의 전기차 시장은 급격히 커지고 있지만,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동아시아 기업들에게 의지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재 생산량 기준 전세계 배터리 업체 중 1~10위는 모두 한국·중국·일본 배터리 회사들이다. 폭스바겐·볼보 등 대규모 완성차 업체를 다수 보유한 것과 달리, 배터리는 아시아 몇 개 기업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다.
이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을 가진 유럽의 고민을 보여준다. 지난해 유럽은 133만대의 전기차가 신규로 등록돼 중국(125만대)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배기가스 기준을 위반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친환경 정책이 그 배경이다. 내년에는 190만대까지 확대돼 더 많은 배터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유럽은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산업에서 역외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점에 대해 위기감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배터리 수급 불안정으로 이어져 전기차 확대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지난 2017년 독자적인 배터리 밸류체인을 유럽에 구성하기 위해 EU 배터리 연합(EBA)을 출범하는 등 전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을 기반으로 배터리 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9년 계획한 배터리 산업에 대한 유럽의 투자액이 중국보다 약 3배 많은 600억유로(약 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1년 동안 유럽 국가들의 정책 지원도 61억유로(약 8조원)가 넘는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부집행위원장은 지난해 배터리 관련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2025년까지 계획된 시설에서 600만대의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를 생산할 것"이라며 "유럽 전기차의 수요를 맞추는 데 충분한 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간 기업들도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폭스바겐은 유럽 내 6개 배터리 공장 건설에 18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자사 전기차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SIA 파트너스에 따르면 현재 유럽 내에서만 27개 배터리 공장 건설이 계획됐다.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최소 3000만대의 친환경차를 보급할 계획인데, 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90% 이상을 유럽 지역 공장에서 충당할 방침이다.
앞으로 유럽 지역에서 가장 큰 경쟁자가 될 업체는 스웨덴의 노스볼트가 꼽힌다. 노스볼트는 폭스바겐·BMW와 140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고 세를 확장하고 있다. 2030년까지 유럽 배터리 시장의 25%를 점유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여기에 올해 말 26억파운드(약 4조원)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는 영국의 브리티시볼트와 50억유로(약 6조6000억원) 투자 계획을 세운 프랑스의 오토모티브셀즈 등 여러 경쟁사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는 현재 국내 업체들의 주요 시장이 유럽이라는 점에서 현지의 배터리 사업 부상에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 경우 제대로 자리잡는 데까지 5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며 "적극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유럽이 뒤처진 기술력을 만회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격차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