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판 커진’ 비트코인, 美금융사·기업도 투자 가세
기사입력 2021.04.14. 오전 10:30 최종수정 2021.04.14. 오전 11:40
- “金 대체상품” vs “가치없다” 평가는 극과 극
골드만삭스 등 암호화폐 상품 출시·테슬라 등 “결제수단으로 허용”… 美SEC, 비트코인 ETF 승인 검토도
이달 들어 8000만원 선 돌파, 1년새 10배 폭등… 나스닥 상장 앞둔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시총 100조 넘어설 듯
미국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전 세계적인 비트코인 투자 열풍에 힘입어 나스닥 상장을 코앞에 두고 있다. 오는 14일(현지시간) 직상장할 예정인데 시가총액은 100조 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직상장은 증권회사 등 주관사의 기업공개(IPO)를 거치지 않고 투자자에게 직접 주식을 매도하며 상장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달 말에는 미국 자산운용회사 반에크가 신청한 반에크 비트코인 트러스트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 심사 결과가 발표된다. 또 한국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나스닥 상장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화투자증권, 카카오 등 관련주가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전례 없는 투자 열풍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2017년 바람과 판이한 흐름 =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거센 바람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바 있다. 그때와 지금의 양상은 크게 다르다. 당시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지극히 개인 투자자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미국의 주류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대거 동참하면서 판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IB)들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비트코인 전도사’ 중 한 명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비트코인에 거액을 투자했고 자사 제품을 비트코인으로 구매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페이팔, 마스터카드, BNY멜런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들이 암호화폐의 결제와 송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제 비트코인은 본격적으로 금융의 본류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인베이스 시가총액은 올해 초 장외 시장에서 거래된 주가를 기준으로 이미 100조 원을 넘어선 915억 달러(약 103조 원)인데 지난해 전체 순이익의 2배 이상을 거둔 올해 1분기 호(好)실적이 반영되면 이보다 훨씬 더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3월 뉴욕 증시에 상장되며 장중 한때 시가총액 100조 원을 돌파했던 한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회사 쿠팡을 가볍게 제칠 수 있다는 의미다. 심사를 앞둔 반에크 비트코인 트러스트 ETF의 전망도 밝다.
그동안 비트코인 관련 ETF는 높은 가격 변동성과 시세 조작 우려 등으로 승인이 번번이 반려된 바 있지만 최근 암호화폐의 주류 자산시장 편입 가속화 흐름을 타고 있다. ETF란 시세를 추종하는 펀드 상품으로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을 말한다.
◇비트코인이 뭐길래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의 프로그래머가 제안한 최초의 블록체인 기술 기반 암호화폐다. 블록체인이란 블록에 데이터를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 수많은 컴퓨터에 동시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을 말한다. 암호화폐란 지폐나 동전과 달리 컴퓨터 등에 정보 형태로 남아 실물 없이 사이버상으로만 거래되는 화폐를 의미한다. 나카모토 사토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를 통해 중앙집권화된 금융시스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고안했다. 이후 2009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비트코인을 개발했다.
비트코인은 완전한 익명으로 거래된다. 컴퓨터와 인터넷만 되면 누구나 비트코인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은 돈세탁이나 마약 거래에 사용되는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통화 공급량이 엄격히 제한된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량이 2100만 개로 한정돼 있는 데다 4년마다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맞는다. 현시점에서 공급량의 약 90%는 이미 채굴된 상황이다. 암호해독을 하면 누구나 비트코인을 이른바 ‘채굴’할 수 있지만 채굴 과정은 매우 복잡한 편이다. 통상 일반 PC 1대가 5년 동안 쉬지 않고 암호해독을 했을 때 25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1비트코인의 가격은 14일 오전 8시 업비트에서 8066만 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지난 6일 7800만 원, 10일 7900만 원을 돌파한뒤 13일 처음으로 8000만 원을 넘어서며 고점을 새로 썼다.
◇극과 극의 평가를 받고 있는 비트코인 = 투자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다만 최근 들어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캐시 우드(일명 ‘돈 나무’ 누나) 아크인베스트 CEO는 최근 “미국 기업이 현금의 10%를 비트코인에 편입하면 가격이 20만 달러(약 2억2500만 원)까지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의 주요 수단인 금의 지위를 대신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은 “암호화폐는 기본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고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한다”며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감추지 않고 있다.
각국 금융당국도 일제히 비트코인 투자 열풍 현상에 대해 우려감을 드러내고 있다. 비트코인 투자와 관련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끊임없는 요구에도 한국 정부를 비롯해 어느 나라 정부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국이나 인도처럼 암호화폐 거래 자체를 법적으로 금지하거나 금지를 추진하는 곳도 있다. 문승욱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지난 7일 “암호화폐는 법정화폐나 금융 투자상품이 아니며 어느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 행위와 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 환경 변화 등에 따라 언제든지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