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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나오면 증시는 되레 시들해진다?

privatelab 2020. 12. 7. 16:31

기사입력 2020.12.07. 오전 4:08


신한금융투자 ‘백신 양면성’ 보고서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경제 정상화 단계에 들어서면 전자제품 등 내구재 중심의 ‘보복 소비’ 감소와 재정 지원 축소로 증시가 되레 시들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한금융투자 하건형 김찬희 김희원 연구원은 6일 ‘백신의 양면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경제 정상화로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서비스 수요 회복이 빠를 경우 재화 소비 여력이 사라진다”며 “상장기업 대부분이 제조업으로 구성된 주식시장에는 우호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사람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외부 활동 축소로 외식과 여행 같은 서비스 소비가 막히면서 온라인으로도 가능한 상품(재화) 구매를 늘리는 경향을 보였다. 상품 중에서도 식료품 같은 비내구재보다 규모가 큰 자동차, 전자제품 등 내구재 소비가 크게 늘었다.

지난 9월부터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과 함께 서비스업 회복세가 약해졌음에도 금융시장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오히려 높아진 것은 상품 소비가 생산과 투자를 자극한 결과였다. 하 연구원 등은 “백신 보급으로 전염병 감염 우려가 완화되면 그동안 억눌렸던 서비스를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될 전망”이라며 “재화 소비의 반사 수혜 수요가 사라지면서 (주요 경제지표인) 소매판매, 산업생산, 고정자산 투자 등은 기대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체 국내 가계소비 중 서비스 비중은 코로나19 충격이 반영된 올해 3분기 기준 55%로 여전히 높다. 문제는 서비스업 내에서도 코로나19 주요 피해 업종이 대부분 증시와 거리가 있는 도소매, 외식, 숙박 등이라는 점이다.

연구진은 “서비스업은 일부 플랫폼 기업을 제외하면 거의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라며 “올해 2~6월 도소매업, 부동산서비스업, 기타 개인서비스업, 외식 및 숙박업이 받은 충격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를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관련 상장기업을 감안하더라도 해당 업종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이들에 대한 소비가 회복되더라도 주식시장 분위기를 크게 바꾸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백신 보급에 따른 경제 정상화는 재정 지원 필요성을 낮춘다는 점에서도 금융시장에 호의적이지 않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한 데는 주요국 양적완화와 재정 지출 등으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의 힘이 컸다. 연구원들은 “그동안 잉여 유동성은 금융시장으로 유입돼 자산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며 “향후 유동성 유입 속도 조절로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수준)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