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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임 강세에 노후선박도 풀가동… 고철값 올라도 선박 해체 오히려 감소
    Investment 2021. 4. 8. 11:21

    기사입력 2021.04.07. 오전 6:03


    고철값이 크게 올랐음에도 올해 1분기 선박 해체량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규제와 맞물려 폐선(廢船)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컨테이너선과 건화물선(벌크선) 운임이 강세를 보이면서 해운사들이 노후선박까지 최대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선박에서 해체해 얻는 철스크랩(고철) 가격은 소형 벌크선 기준 LDT(경화배수톤·선박의 순수한 철 무게)당 475달러까지 올랐다. 최근 3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부양책과 맞물려 원자재 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철스크랩 가격도 뛴 것이다.


    과거엔 철스크랩 가격이 오르면 폐선도 활발해졌으나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6일까지 폐선 시장에 나온 선박은 560DWT(재화중량톤수·화물을 실을 수 있는 무게)로 지난해보다 11%가량 적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해부터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업계에서는 선박 해체 시장이 활발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폐선량으로 작년보다 19.4% 많은 3000DWT를 예측했다.

    올해 해체 시장이 오히려 축소된 이유로는 해운 운임이 유례없이 높은 수준인 점이 꼽힌다.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올해 1분기 평균 2765.2로 지난해 1분기의 3배 수준이었다. 벌크선 운임지수(BDI)도 꾸준히 올라 지난달 들어 2000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1분기에는 400~600대였다. 운임이 크게 오르면서 해운사들이 노후 선박까지 최대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선박 해체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터키 등 이슬람 국가들이 4월 중순부터 한달간 라마단 기간에 들어가는 만큼 2분기에도 선박 해체가 활발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해운 운임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하반기에 폐선이 몰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컨테이너선사들이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운임이 급락하자 선복량(적재능력)을 줄여 방어에 나섰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노후 선박은 컨테이너선의 비중이 크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전 세계 컨테이너선 5456척 가운데 943척(17.3%)은 건조된지 20년 이상이 지난 노후 선박이다. 벌크선은 9.3%, 유조선은 6.4%다.

    노후 컨테이너선의 93%는 6000TEU(1TUE=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하의 소형 선박이어서 폐선에 따른 실제 선복량은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운임 하락 국면이 왔을 때 폐선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선대 구성을 점검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연근해 노선이나 동남아시아 노선에 여전히 소형의 노후 컨테이너선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노후 선박이 저속 운항을 해야 하는 IMO의 EEXI(현존선 에너지 효율지수) 규제가 2023년에 도입되면 이들 선박이 설자리가 사라지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도 ‘선박 해체시장 분석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선박의 ‘적기 확보’와 ‘적기 처분’을 위해, 단기 수익성에 안주하기 보다는 한발 앞서 합리적인 선대 운영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권오은 기자 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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