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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Money] 로치 "역사상 네 번째 달러 추락이 시작됐다!"카테고리 없음 2021. 2. 22. 17:55
기사입력 2021.02.19. 오전 11:36 최종수정 2021.02.21. 오전 11:19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인터뷰
달러는 1971년 금태환 중단 이후
세 차례에 걸쳐 30% 정도씩 떨어져
팬데믹 때문에 35% 정도 하락 가능성
더블딥-재정적자 확대가 방아쇠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경제학)는 ‘미스터 하드랜딩(Mr. Hardlanding)’으로 불린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의 불안한 측면을 앞장서 경고해서다.
요즘 글로벌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낳은 침체의 저점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제 한숨 돌려도 되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중앙일보와 삼프로TV가 공동으로 로치 교수를 줌으로 인터뷰했다.
Q : 최근 미국과 한국 등의 주가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A : “이코노미스트로서 증시를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다. 다만 요즘 흐름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이야기할 수 있다. 현재 주가 수준은 아주 높다. 예일대 동료인 로버트 실러 교수가 만든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로 보면 현재 주가가 1929년 대공황 직전보다 높다. 현재보다 높았던 적은 단 한 번뿐이었다. 바로 2000년도 닷컴거품 붕괴 직전이었다. 현재 주가가 역사적 기준으로 고평가돼 있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제로금리 정책을 쓰고 있고 다른 중앙은행도 비슷한 정책을 채택하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다. 중앙은행이 글로벌 증시 붐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더블딥은 예외가 아니라 규칙
Q : 미 경제가 지난해 3분기 빠르게 반등했다. 앞으로는 어떨까.A : “미국에서 경제활동 중단(록다운)이 풀리면서 지난해 3분기에 빠르게 반등했다고 본다. 4분기도 좋았다. 그런데 올해(2021년) 1분기에는 경기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3차 감염이 발생해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경제활동이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은 백신이 빨리 보급돼 경제가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다시 성장하기를 바라지만, 나는 더블딥(이중침체)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역사 속 더블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 @ joongang.co.kr Q : 팬데믹이 본격화하면서 계속 더블딥을 경고했는데.
A : “역사를 보면 더블딥은 흔한 일이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에서 경기침체가 11차례 일어났다. 그 가운데 8차례가 회복했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더블딥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오히려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다.”
Q : 왜 더블딥이 되풀이될까.“두 가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경기가 침체 직후 반등하지만, 여전히 취약한 상태여서 일 수 있다. 또 새로운 충격이 가해져 두 번째 침체가 발생하곤 했다. 현재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진 상태다. 1차 팬데믹으로 미국 내에서만 일자리가 1000만개 사라졌다. 또 3차 대유행이 발생했다. 전형적인 더블딥 상황이다.”
더블딥은 달러 추락의 방아쇠
Q : Fed의 제롬 파월이 더블딥에 대응할 수단을 갖고 있을까.A : “팬데믹이 다시 발생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건 유동성을 계속 주입해 금융시장이 돌도록 만드는 일이다. 이미 금리는 제로 수준이다. 기준금리를 더는 내릴 수 없다. 양적 완화(QE)도 아주 파격적으로 하는 상황이다. 팬데믹으로미국 내주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와중에 Fed가 3차 팬데믹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Q :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A : “지난해 말 추가 부양 9000억 달러(약 990조원)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다시 1조9000억 달러짜리 경기부양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의 부양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부양이 5조 달러에 이른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4%에 이른다. 그런데 경기부양은 자극제일 뿐이다. 바이러스를 치료하지는 못한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 AP =연합뉴스] Q : 최근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지고 있다.
A : “현재 미국 등의 경제는 상당히 침체돼 있다. 이미 2008~9년에도 큰 위기를 겪었다.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추스르고 있는 상황이다. 물가가 빠르게 오를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다른 요인에 의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Q : 그것이 무엇인가.A : “내가 단기적으로 더 걱정하는 부분은 달러 약세다. 아까 말한 GDP의 24%나 되는 경기부양 때문에 미국 내 저축률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저축률이 떨어지면 경상수지가 빠르게 나빠지면서 달러가치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달러 약세가 현실화하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부분적으로 커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 약(弱)달러 파동은 세 차례
Q : 그렇다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릴 듯한데.A :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여러 나라 외환보유액 가운데 60%가 달러화다. 2000년의 70%에서 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2위는 유로화는 20% 수준이다.”
달러 약세로 원화가치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 셔터스톡 Q : 달러 가치가 얼마나 떨어질 수 있을까.
A : “지난해 말 내가 달러지수가 35% 정도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약 12% 정도 하락했다. 내가 예측한 대로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좋아질 수는 있다. 다만, 달러 가치가 1971년 금태환 중단(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이후 30% 정도씩 하락하는 파동이 세 차례 일어났다. 70년대 초반과 80년대, 그리고 2000년 초다. 이번 달러 가치 하락은 앞선 세 차례 약세만큼이나 나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한국 등에 대한 외국 투자가 늘어나곤 했다. 그런데 자산시장에 충격은 없을까.A : “달러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좋은 점도 있지만) 충격도 줄 것이다. 달러 가치 안정을 위해 Fed가 시장에 개입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에 자산시장이 먼저 요동할 수 있다. 그런데, Fed가 상당 기간 긴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공격적인 경기부양으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사상 최대가 될 것이다.”
달러 지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 @ joongang.co.kr 트럼프 중국 압박은 오해에서 비롯해
Q : 이제 미∙중 관계가 물어볼 때다. 그동안 미국의 중국 압박 정책을 앞장서 비판했는데.A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글로벌 무역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몇몇 심각한 오해를 바탕으로 한 대중국 압박정책을 썼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 적자가 커서 미국인, 특히 미 기업에 부담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중국 때문이 아니라)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결과다.”
Q : 바이든 행정부는 어떻게 해야할까.A : “두 나라 사이에 더 나은 소통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전략적 경제 대화 (Strategic Economic Dialogue)’를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의를 해마다 두 차례 열었다. 반면 트럼프는 싸움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경제갈등 등을 분석하고 해결방안 등을 찾는 ‘미∙중공동리서치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티븐 로치
2차대전이 끝난 해인 1945년 태어났다. 뉴욕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일하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이코노미스트가 됐다. 특히 오일쇼크가 낳은 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얼룩진 72~79년 Fed의 경기 전망을 담당했다. 이후 그는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로 옮겨 아시아 부문 회장까지 지낸 뒤 현재는 예일대 교수로 지내고 있다.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