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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잇단 수주 랠리…슈퍼사이클 진입하나Investment 2021. 4. 29. 23:58
기사입력 2021.04.29. 오후 5:36
연초부터 시작된 조선업계의 수주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형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상반기가 두달여 남은 시점에 연간 수주목표치의 47.2%를 달성하며 조금씩 봄볕이 드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아시아 및 라이베리아 소재 선사로부터 3650억원 규모의 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4척을 수주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8만6000㎥급 규모로 전남 영암의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건조돼 2023년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달 들어서만 18척(16억4000만 달러)을 신규로 수주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총 86척의 선박을 수주해 계약금액이 72억 달러(약 7조98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연간 목표치인 149억 달러의 절반가량을 달성한 것이다. 또 한국조선해양은 이날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매출이 3조6815억원으로 조선 부문 건조 물량 증가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3%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형 조선 3사는 연초부터 꾸준히 선박 수주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컨테이너선, 원유운반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총 42척을 51억 달러(약 5조6500억원)에 수주했다. 이미 연간 수주목표(78억 달러)의 65.4%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과 초대형LPG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총 22척을 20억5000만 달러(약 2조2700억원)에 계약하며 연간 목표(77억 달러)의 26.6%를 채웠다.이날 열린 한국조선해양 컨퍼런스콜에서는 현재의 조선업황이 슈퍼사이클 초입이었던 2003년 초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상당히 많은 컨테이너선이 발주됐는데도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며 “지금 조선산업 시황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2003년 초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인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세계 선박 발주량이 3150만CGT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당초 전망치였던 2380만CGT보다 32%가량이 늘어난 수치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2910만CGT)보다도 발주량이 늘어날 것이라 본 것이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계속되면서 해운 운임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조선업계의 수주 호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컨테이너선의 발주 추세는 하반기로 가면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카타르 등의 LNG선 대량 발주가 남아있는 등 시장 수요 여건은 올해 중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뿐만 아니라 선박 환경 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상황도 국내 조선업계엔 호재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해부터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을 0.5%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데다 오는 2050년까지는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50%까지 감축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LNG운반선 등 친환경 연료 추진선으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내 조선사들의 LNG선 기술력은 중국, 일본과 격차가 크다.
다만 철광석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에 따라 선박용 후판(두께 6㎜ 이상의 철판)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부담이다. 이미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이 후판 가격을 1분기까지 전 분기 대비 10% 가량 인상했지만, 계속된 철광석 가격의 인상으로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해둔 상황이다.
이 같은 우려에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수주잔고가 2.5년치를 넘어서는 상황이어서 협상 우위가 조선소에 기울 가능성이 크다”며 “원자재(철강재) 가격 인상에 대해선 선가 상승으로 충분히 반영하려 한다”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Investm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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