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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에 백전백패하는 개미들의 투자습관들③ | 주식 팔 때마다 안달하는 개미…교체매매의 유혹카테고리 없음 2020. 12. 9. 11:22
40대 초반의 전형적인 개미투자자인 L씨는 주식을 시작한 지 10년이 돼 가지만 정보 위주의 잦은 매매 탓인지 몰라도 이렇다할 성과없이 또 한해를 보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새해부터는 이 같은 매매 스타일을 과감히 버리고 분기에 한번 정도만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겠다고 굳은 다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년간 나름대로 관찰해 왔던 종목 5개를 엄선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느긋하게 시황을 지켜보는 L씨에게 1달이 채 못 돼 변덕이 생깁니다. 포트폴리오 구성할 때 아깝게 제외시켰던 F종목의 주가가 특별한 이유없이 지나치게 떨어지자 L씨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L씨의 머릿 속엔 F종목을 싼 가격에 사고 싶은 생각이 가득차 있습니다.
그렇지만 더 이상 주식에 투입할 여유 자금도 없고 추가로 신용을 쓰기엔 부담이 너무 큰 상태입니다. 보유 종목을 조금씩 팔아서 F종목을 추가 편입하는 것도 좋겠지만 5개 종목도 따라가기 벅찬 상태에서 종목 수를 늘리는 건 관리하는데 부담만 갈 것 같아 망설여집니다.
아무래도 보유 종목 중에 하나를 정리해야만 하는 상황인데 어떤 주식을 팔아야 할지 고민에 빠집니다. 이 상황에서 어떤 종목을 파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까요?
매도 대상 종목을 선택할 때 가장 기본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은 주가 상승 가능성이 가장 낮거나 또는 하락 가능성이 가장 높은 주식을 팔아 치우는 것입니다.
여기서 소위 매미(펀드매니저 출신 개미투자자)나 애미(애널리스트 출신 개미투자자), 브미(증권브로커 출신 개미투자자)들은 그동안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해당 주식에 대한 재무지표, 산업전망, 상대가치, 기술적지표 등을 비교 분석하고 거래에 따른 제반 비용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결정합니다.
그런데 평범한 개미투자자인 L씨는 계량적으로 분석할 지식도 정보도 부족합니다. 더구나 일상에 쫓기다 보니 별도로 시간을 내 검토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이미 L씨의 마음은 새로 살 종목에 꽂혀 있어 한시라도 빨리 교체하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입니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이것 저것 따질 겨를이 없이 보유 종목 평가 화면에 나타난 손익 상태만 가지고 팔 종목을 결정하기 쉽습니다. 주식을 파는 것도 도 사는 것만큼이나 시간과 정성을 투입해야 하는데도 매입자금 마련에 마음이 급해서 비합리적인 기준으로 매도 종목을 선택하게 됩니다.
L씨의 포트폴리오에는 현재 이익이 나고 있는 종목도 있고 손실이 난 종목도 있습니다. 그럼 이 가운데 L씨는 어떤 종목을 골라 팔아 치울까요?
만약 L씨가 평소에 손절매를 잘하는 사람이었거나 또는 계좌 평가 화면상에 마이너스(-)가 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었다면 손실 난 주식을 먼저 팔았을 것입니다. 반면 손절매를 회피하는 투자자이거나 기다리면 언제가 손실이 회복될 거라는 신념을 가진 투자자라면 이익이 난 주식을 먼저 팔았을 겁니다.
어떤 성향의 투자자이든 이러한 매도 결정은 비합리적인 투자 행동임은 분명합니다. 물론 L씨도 이런 행동이 잘못이란 걸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즉흥적이고 안일한 기준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새로 편입할 주식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자신감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근거를 들여다 보면 딱히 합리적이거나 결정적인 근거 없이 막연한 기대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L씨의 자신감은 F주식이 지나치게 하락했다고 판단한데서 비롯되지만, 하락한 가격이 정말로 싼 가격인지 아니면 추가로 하락할 것인지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는 없습니다. 더구나 교체할 종목보다 F주식이 향후 더 많이 상승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이런데도 무엇에 홀린 듯이 L씨는 매매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지체될까 초조해합니다. 매매 지연으로 이익의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면 무조건적인 팔자 위주의 시장가 매도로 불필요한 호가 손실을 입기 십상입니다. 처음 포트폴리오 구성시에 고심했던 시간과 정성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집니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교체 매매에는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기 마련입니다. 팔고 사고 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기본적인 거래수수료와 세금은 말할 것도 없고, 종목에 따라서는 매매 타이밍 및 호가 갭이나 매매 타이밍이 촘촘하지 않아서 정상적인 가격이나 적정 수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또한 매도한 종목이 오히려 상승하는 기회손실도 보이지 않는 교체 비용입니다.
F주식의 상대적 초과 상승 가능성도 불확실한 데다 교체 비용까지 감안하면 종목 교체의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체 매매를 하면 할수록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L씨는 새해 들어서도 기존에 해오던 정보 위주의 비합리적인 매매 패턴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