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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 황'에 줄줄이 엮인 월가…두 증권사는 조기탈출 했다
    Investment 2021. 3. 30. 15:49

    기사입력 2021.03.30. 오전 11:15


    "투자자들이 출구를 향해 우르르 몰려나갈 때 문을 먼저 열고 나가는 사람이 잘하는 것"

    29일(현지시간) CNBC는 헤지펀드 아케고스(Archegos) 캐피털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여파 속에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CNBC에 따르면, 이날 오전 노무라와 크레디트스위스가 각각 20억달러(2조2600억원) 손실 및 '매우 중대한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을 때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포지션 정리를 이미 마친 상태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금요일 선제적으로 아케고스 마진콜과 관련된 주식 대부분을 매각해 손실을 완전히 피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모건스탠리는 최근 며칠간 150억달러의 주식을 팔아 보다 큰 손실을 면했다고 전했다.

    발생 가능한 손실에 선제 대응했는지에 대한 투자자 반응은 주가로도 반영됐다. 29일 노무라 주가는 14%,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11.5% 하락 마감했다. 반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주가는 각각 0.5%, 2.6% 하락에 그쳤다.

    마크 윌리엄스 보스턴대 재무학 교수이자 전 연방준비제도 심사관은 "정보가 빠르게 돌고 신속하게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일은 노무라의 위험관리가 상당한 약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노무라는 스스로 처한 위험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성장을 원했기 때문에 이같은 신호들을 무시한 것인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월가에선 이 두 증권사가 아케고스 운영자인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황성국)에 대해 충분한 '학습 경험'이 없다고 보고 있다.

    금융업계 매출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JP모건 체이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주요 브로커(헤지펀드가 필요로 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7위, 노무라는 10위권 밖이다.

    이 소식통은 "더 작은 브로커는 경쟁이 치열한 프라임 브로커 세계에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담보를 덜 받거나 더 저렴한 자금조달 조건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는 시장이 상승세일 때는 통하지만, 주가가 하락하고 레버리지 베팅이 붕괴될 때는 고통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아케고스가 증거금을 채우지 못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노무라 등이 강제로 처분한 주식은 300억 달러(약 339000억원)에 이른다.

    강제 처분은 지난 주말인 26일 골드만삭스 등이 바이두 등 미국에 상장된 중국 주식을 중심으로 블록 트레이딩을 일으키면서 본격화했다. 월요일인 29일까지 이어졌다.

    강제 처분은 투자자가 증권사 등에서 돈을 빌리며 담보로 제시한 주식 등의 가치가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졌을 때 주로 이뤄진다. 증권사는 일단 전화를 걸어 담보가치가 부족하니 벌충하라고 요구한다(마진콜). 해당 투자자가 마진콜에 응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기존 담보 주식을 처분한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시장 충격을 고려해 블록트레이딩 방식으로 아케고스의 보유 주식을 팔아치웠다. 사전에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하며 사는 쪽을 물색해 대량으로 자산을 넘기는 방식이다.

    한편 빌 황은 과거 헤지펀드 타이거 매니지먼트를 이끈 유명 투자자 줄리안 로버트슨의 수제자로, 2001년부터 타이거 아시아 펀드를 설립해 운영했다. 2012년 중국 은행과 내부거래 사기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됐으며, 한동안 월가 대형은행의 위험관리 부서에서 일종의 블랙리스트(제재명단)에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아케고스를 설립해 운영하기 시작한 지 10년차인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그의 이름을 블랙리스트에서 빼고 고객으로 받았다.

    아케고스는 타이거 아시아를 개인 투자사로 전환한 것이다.

    FT가 인용한 한 애널리스트의 투자노트에 따르면 빌 황은 "공격적으로 돈버는 천재"였다. FT는 수수료에 굶주린 투자은행들은 빌 황이 던져주는 막대한 거래 수수료에 눈이 멀어 그의 판돈을 키워 주는 데에 혈안이 됐다고 전했다.

    황시영 기자 appl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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