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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앞으로 다가온 '배터리 소송' 거부권 시한… SK, 美 시장 철수비용 검토Investment 2021. 4. 9. 14:09
기사입력 2021.04.08. 오전 6:02
SK이노베이션(096770)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 만료를 나흘 앞두고 공장 건설 속도를 늦추는 등 미국 시장의 완전 철수까지 검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 2공장의 경우 건설 속도를 늦추고 1공장은 내부적으로 철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미국은 물론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두 차례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측 변호인단과 면담했다. USTR은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소송을 담당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주무부처다.
미국 ITC는 지난달 LG가 SK를 상대로 한 영업비밀 침해 분쟁의 최종 결정에서 LG 측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SK에 미국내 10년간 배터리 관련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일(현지시간)까지 이 판결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USTR의 절차는 마무리됐고,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만 남은 상황이다.SK이노베이션은 미국 시장 완전 철수시 매몰비용과 설비 이전 방안 등을 외부 컨설팅을 통해 검토하고 있다. 거부권 행사가 불발됐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 2공장의 공사 속도를 늦춰왔으며, 최근 협력업체에 대한 추가 공사 발주도 중단했다. 현지에 파견된 인력도 대부분 국내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진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공사를 완전 중단한 것은 아니지만 거부권 행사 불발에 대비해 공사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있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 측이 요구하는 배상금을 모두 지불하는 것보다 미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는 이익일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지난해 완공된 1공장은 매각하고 내부 설비는 폴란드나 중국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2공장은 기초공사만 진행된 상태라 공사를 중단하더라도 큰 손실이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SK가 두 공장에 투자한 비용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1, 2 공장의 부지는 조지아주로부터 무상 공급받았다. 1, 2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한 포드·폭스바겐에는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
현재 LG는 3조원+α, SK는 1조원 가량의 합의금을 각각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1조원의 합의금을 제시한 것은 미국 시장 매몰비용을 1조원 수준으로 추산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이상의 금액을 합의금으로 낼 경우 미국 시장에 잔류할 의미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미국 시장 철수에 따른 기회비용과 고객사 신뢰 하락 등을 감안해도 3조원+α보다는 훨씬 적은 비용이 들 것으로 SK는 추산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양사의 합의를 독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양측은 사실상 합의는 물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더이상 협상은 없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SK는 ITC가 지난 1일 SK와 LG 간 배터리 특허 분쟁에서 ‘SK가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결정을 내린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SK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이 나오지 않을 경우 시간을 벌기 위해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으면 ITC의 수입금지 조치는 오는 11일 이후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철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SK는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SK가 빠진 미국 시장은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기영 기자 rckye@chosunbiz.com]'Investm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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