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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가도 '빚투'에 흔들…"더 크게 번지지는 않는다" 왜?
    Investment 2021. 4. 1. 14:48

    기사입력 2021.04.01. 오전 12:00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이 이끄는 헤지펀드 아케고스 캐피탈의 ‘역대급’ 마진콜(주가 하락에 따른 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가 월가를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여파가 이 펀드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를 넘어 시스템적 위험(금융시스템 문제가 실물경제에도 충격을 줄 수 있는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AFP 블룸버그통신의 애런 브라운 칼럼니스트가  31 일(현지시간) 

    ‘아케고스의 붕괴와 전염성을 혼동하지 말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내놓은 주장이다. 그는 이번 사태가 “규제당국, 아케고스, 아케고스에 대출을 해준 이들 외 다른 사람들을 걱정하게 할 재난이 아니라 일상적인 월스트리트의 이야기”라 했다.

    500억$ 모두 급락 주식에? 롱-숏 같이 쓰는 헤지펀드

     

    우선 이번사태가 우려를 나은 이유 중 하나는 아케고스가 가지고 있는 돈의 몇 배를 프라임브로커들로부터 레버리지(차입)해 주식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빚투(빚을 내 투자)다. 아케고스의 순자산은 100억달러로 알려져 있는데,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케고스의 투자 규모는 5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브라운 칼럼니스트는 언론에 나온 숫자들(500억달러)이 '총 명목투자'일 수 있다고 했다. 만약 아케고스가 400~500억달러를 빌려 한 주식에 투자한다면 이건 매우 위험한 거래다. 이 주식이 20% 하락하면 아케고스의 자본은 제로(0)가 되고 대출해 준 금융사들도 피해를 본다. 그러나 어떤 프라임브로커도 헤지펀드에게 한 종목 총 투자액의 80%를 대출해 주지 않는다.

    칼럼에 따르면 빌 황은 전형적인 '달러 중립적' 포트폴리오를 짰다고 한다. 달러 중립적 포트폴리오란 롱 포지션(주가 상승에 베팅)과 숏 포지션(주가 하락에 베팅)을 포트폴리오 안에 같은 비중으로 두는 것이다. 롱 포지션이 250억달러면 숏 포지션도 250억달러를 두는 식이다. 500억달러 중 문제가 된 롱 포지션 외 숏 포지션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칼럼은 이런 식의 롱-숏 분산 포트폴리오가 100억 달러의 무차입 투자보다 안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케고스가 롱 포지션을 취한 주식이 모두 사상 최대 폭으로 급락하고, 숏 포지션을 취한 종목이 모두 급등하는 극단적 사태가 발생해야 해야 최악의 손실이 일어나서다. 빌 황 펀드의 롱 포지션은 약 10개의 주식에 집중돼 있는 걸로 알려져 있고, 숏 포지션은 더 분산돼 있거나 지수 추종에 가까울 가능성이 있다.

    칼럼은 사람들이 아케고스 마진콜의 직접적 효과를 과장하고 있다고도 봤다. 전체 주식의 발행 규모 및 유동성 대비 아케고스의 포지션 규모를 비교할 때 아케고스 마진콜 만으로 이 같은 낙폭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빌 황/사진=블룸버그

    금융당국에 위험을 숨겼다? "오해"

     

    칼럼은 '아케고스의 스왑 사용이 채권자와 감독당국으로부터 위험을 숨겼다'는 인식도 '오해'라고 했다.

    헤지펀드는 주식에 투자할 때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쓴다. 하나는 주식 매수대금의 일부를 증권사부터 빌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TRS(총수익스왑)다. 아케고스의 방법은 두 번째다.

    TRS는 프라임브로커(예를 들어 노무라)가 주식의 소유권을 법적으로 갖고, 이 주식에서 발생하는 수익(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배당금 등)은 헤지펀드(아케고스)가 갖는 거래다. 대신 프라임브로커는 헤지펀드가 주는 수수료를 챙긴다.

    헤지펀드는 이 거래에 대한 마진(증거금)을 낸다. 주가가 하락하면 펀드는 마진을 더 많이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프라임브로커리지는 주식을 팔아 대출금을 상환하게 된다. 아케고스가 투자했던 비아콤CBS, 디스커버리, 바이두, 텐센트뮤직 등의 주가가 급락하자 프라임브로커들이 마진콜에 들어갔고, 아케고스가 마진콜에 응하지 못하면서 들고 있던 주식의 반대매매가 발생, 해당 주식들의 주가 하락세가 가팔라진 게 이번 사태다.

    칼럼은 TRS가 이미 금융중개업 내 자리잡은 고수익·고위험 사업의 일부라 했다. 지난해 TRS 거래로 금융사들이 올린 매출은 300억달러라고 한다. 주가가 급락해 프라임 브로커가 손해를 보고 펀드의 현금이 부족해지는 경우도 발생해온 일이다. 물론 이번 사태처럼 두 개의 브로커(노무라, 크레디트스위스)가 수십억 달러를 잃은 건 예외적인 경우다.

    칼럼은 "일부 은행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위험이 숨겨져 있거나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 없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가 금융규제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란 얘기다. 또 이번 사태로 은행 주주들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입을 수 있어도 이 위험이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되지 않을 거라 주장했다.

    칼럼은 "모든 신용손실이 실수나 재앙은 아니"라며 이런 손실이 "금융 시스템의 자연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또 이번 사태에 관련 된 손실액이 매우 크다는 점 외에 아케고스의 붕괴가 특이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빌 황과 일부 월가 은행들 이외의 나머지 사람들은 걱정하지 않고 각자의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 덧붙였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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